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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인생 - 25

갑과을

14.12.08 01:28:28추천 0조회 746

오랜만입니다.


신병 위로휴가를 나와, 오랜만에 집필을 해보려고 했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복귀 전날밤에 들어서야 간신히 이렇게 적은 분량을 뽑아보게 되었습니다.


다음 휴가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좀더 많은 분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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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1. 로키

 

답답이는 자신의 비유가 한계에 부딪치자, 걸음을 멈추고 한 동안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초점 없는 시선으로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어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이어나갔다.

 

나로서도 그녀와 논리적 대결은 더 이상 없을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 멈췄던 걸음을 마저 떼었다.

 

뉴 빌리지의 거리는 우리의 대화, 논리적인 대결을 그것이 언제 있었냐는 양 특유의 소음 속에 그것을 파묻어 버렸다. 마치..... 흐르는 강물에 조약돌 하나를 집어던진 것 같이, 우리의 대화는 거리의 소음의 홍수에 휩쓸려 그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내 가슴속은 뉴 빌리지의 길거리와는 달라서, 조약돌의 파문에 수면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뭐랄까...... 이런 심리적인 상태를 처음 겪는 터라 뭐라 정의내리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는 증상을 말하자면 자꾸만 그 대화가 머릿속을 맴을 돌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쓸데없는 생각이라며 그것을 떨쳐내려고 애를 썼지만, 그것은 어린아이의 코에 대롱대롱 달린 콧물처럼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사회는 시련을 겪기 이전의 것과는 분명 달라졌을 게 분명해요.’

“......아 진짜.”

“.......”

 

내 머릿속이 끈적이는 생각의 잔영을 떨쳐내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답답이가 내게 보이는 태도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태연한척 걷고 있지만, 그녀는 입술을 앙 다문 채 입 밖으로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마치 대리석 조각상처럼 딱딱하고 창백하게 굳어있었다.

 

당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왜 내가 답답한 이 여자의 입모양, 얼굴의 긴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며, 그에 따라 내 머릿속이 복잡하게 흔들리는 것일까?

 

그냥 저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건 간에 신경 끄면 그만인 것을, 난 바보처럼 그러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감정상태로 곤란을 겪는 것일까? 비정한 마음이 갈라지더니,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지부장에게 보고하고 비정한 마음을 수리하던지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

 

어어! 로키군! 여기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에요?”

 

나는 그녀의 말에 화들짝하여 그녀를 쳐다보았다. 답답이의 손가락은 낡은 표지판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맞아.”

“......!”

?”

, 아뇨.......킥킥.”

무슨 일이야?”

뭔가....... 재미있어서요. 당신같이 철두철미해 보이는 사람도 실수란 걸 하긴 하는군요.”

 

 

 

 

 

 

Channel 2. 아이리스

 

좋은 이야기긴 한데, 나로선 동의할 수가 없겠어. 흉터가 남든, 남지 않든간에 그 부분의 기능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야.”

“.......”

 

그의 반론에 저는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얄밉게 제 논리의 허점을 파고든 그가 참 밉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미움은 서서이 그 칼끝을 제게 돌렸고, 그것은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으로 제 심장을 찔러댔습니다.

 

아아, 왜 그런 안해도 될 말을 했던 걸까요? 내 말 한마디에 그가 거듭나기를 바랬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나 자신 조차도 신앙에 확신이 없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소릴 한 걸까요?

 

“.......괜찮나?”

“.......”

어이, 답답이!”

? !”

괜찮냐고 물었잖아.”

.......그게.”

 

은발머리의 남자는 몇마디 더 채근하려다가, 고개를 가로젓고는 제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 시선이, 마치 제 온몸을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아, 저는 고개를 수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제 마음속에 담아둔 별별 생각이 술술 흘러나올 것 같았거든요.

 

..... 말이라도 하는 걸 보니 괜찮나 보구먼.”

 

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그대로 휙 돌아 제 갈길을 휘적휘적 걸어갔습니다. 저도 허둥지둥 그를 따라나섰지요. 인파로 북적거리는 뉴 빌리지의 거리를 그의 등만을 바라보며 걸어갔답니다.

 

......우스운 소릴지도 모르겠는데, 그때만큼은 세상이..... 정말로 고요했답니다. 분명, 북적거리는 인파만큼이나, 여러 소음들이 귓가에 파고들어왔겠지만, 그때만큼은 누군가가 내 귀에 귀마개를 씌운 것처럼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때만큼은 모두 입을 닫자고 약속한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지요.

 

시선도 마찬가지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제 눈앞에서 사라지고, 오로지 그의 등 만이 제 시야에 들어왔었지요. 의외로 다부지고...... 그리고 조금은 뒤틀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지만....... 그의 등은 조금 뒤틀려 있었지요. 왼쪽 어께가 오른쪽 어께보다 조금은 왜소해 보였지요. 아마...... 그가 오른팔잡이라, 그쪽을 더 쓰다보니 오른쪽 어께가 조금 더 발달하지 않았나 싶어요.

 

한 사람의 등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대충 짐작이 됩니다. 그는,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을까요? 엄격하게 잡으면 10여년, 후하게 잡으면 20여년에 가까운 시간이 그를 저렇게 다듬어왔겠지요.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제가....... 무슨 자격으로 잘난 듯이 설교를 해댄 걸까요? 그는...... 20여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자신의 사회 속에서 살아왔고, 그것이 옳다고 여겨왔을 겁니다. 저 역시, 20여년 가까운 시간동안 수녀원에서 살아왔고....... 그것의 가치관이 옳다고 믿어왔으니까요. 그런데, 생전 처음 본 사람이, 그에게 당신의 가치관은 잘못되었소. 내 것이 옳소.’라고 말한다면....... 세상 어느 누가 그걸 곧이 곧이 들을까요?

 

“.......어엇! 로키군!”

?”

....... 여기로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에요?”

“........아 맞아.”

 

정신차려보니, 그는 자신의 걸음에 취해 휘적휘적 걸어가느라, 운터 브룩의 표지판을 지나칠 뻔했습니다. 빳빳한 새종이마냥 구겨질 일 이 없을 것 같은 그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살짝 일그러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

?”

, 아뇨.......킥킥.”

아 뭔데?”

 

조금은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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