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시절, 같은 반 아이가 차에 치여 죽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초등학교 4학년이 된 해,
그 녀석이 전학생으로 우리 반에 왔다.
유치원 때부터 쭉 친구였던 녀석들이
같은 반에만 네댓 명 있었고 다들 당황한 표정이었다.
다 같이 점심시간에 체육관 뒤에 모여,
공황에 빠져 격론을 나눴다.
[그 녀석 사고로 죽었었지..?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어떤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본인에게 [너, 죽었었잖아?]라고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겉으로는 다들 평범한 반 친구로 대했지만,
내심 다들 꺼림칙한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전학생과 이야기를 해보면,
확실히 같은 유치원 출신이라고 말했고,
나에 대해서도 기억하고 있었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 일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사를 갔었고,
이번에 또 아버지가 전근해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딱히 사고를 당한 적도 없다고 했고,
당연히 죽은 적도 없겠지..
하지만 유치원 동창들은
죄다 그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기억이 있고,
분명히 죽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문제의 그 친구는 중학교 올라가기 전에
또 아버지의 전근을 따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고,
그 후 연락이 끊어졌다.
당시 다니던 유치원은 기독교계의 사립 유치원이었는데,
지금은 문을 닫아 딱히 알아볼만한 곳도 없다.
지금 와서도 이해할 수 없고, 기분 나쁜 이야기다.
최근 우연히 직장에서 유치원 때 이후 만난 적이 없던 친구와 재회했는데,
어린 시절 이야기를 왁자지껄 나누다가, 문득 그 녀석이
[그러고 보니까 우리 유치원 때 교통사고로 죽은 녀석 있지 않았냐?]라며
그 전학생의 이름을 꺼내자 정신이 아찔해지는 듯한 오싹함을 느꼈다.
정작 본인에게는 아무런 기억이 없을뿐더러
그가 무언가를 잘못한 것도 아니지만,
만약 그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솔직히 복잡한 마음 뿐이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