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때 겨울 방학으로 기억합니다. 평소 낮잠을 잘 자지 않는 저는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고, 그 낮잠이 시작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날 잠에서 깨어 난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가족들이 해 준 얘기를 듣고 알고 있을 뿐.
가족들은 낮잠을 자는 저를 보며 [그저 몸이 좀 안 좋은가 보다] 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곤히 자다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저는 눈동자가 뒤집혀 흰자만 보인 채 몸을 부르르 떨면서 육십갑자를 다 외웠다고 합니다. 물론 당시에도 지금도 육십갑자라면 [갑자을축병인정묘] 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해방이후의 우리 나라의 역사를 줄줄 외웠다고 합니다. 1945년 해방, 1948년 정부 수립 등등 해서 이승만 대통령이 몇년도에 취임해서 하야하였는지, 육영수 여사는 언제 피살되었는지를 줄줄...그 이후 저는 집에서 온갖 헛 것(인지 아니면 귀신인지)을 보았습니다. 저녁을 마친후, 마루에서 내 방에 들어가다 춤추는 해골들을 보기도 하고, 저녁 밥상에 나온 곰탕 한가운데에서 피가 번져 나가기도 하고 자다가 눈을 떠 보면 창으로부터 검은 물체가 들어와 방안을 통통 튀어 다니다한 곳에 멈춰 나를 노려 보기도 하고...그렇게 한달여를 고생하고는 결국 부모님이 지어주신 한약을 3개월 이상이나 먹고서 그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였습니다.중3때. 친구 2명과 담력 테스트를 하겠다고 한밤중에 뒷산에 갔을 때 나는 다른 친구들이 보지 못하는 희끄무레한 물체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만치 앞에서 공중에 둥둥 떠 있는 형체를 한 그 물체는 우리 일행이 근처에 갈 때까지 꽤나 긴 시간 동안 나무 사이로 보였는데, 같이 산을 오른 2명의 친구들은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그후로도 수험생이 되어서 늦게 귀가할 때 전신주 밑에 어떤 할머니가 쭈그리고 앉아 있다 사라지는 것을 본다던지, 군복무 중 보초 근무를 나가 아무도 듣지 못한 방울소리를 듣는 일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