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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위로

온리원럽

13.10.26 09:06:56추천 5조회 2,237

2004년, 고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탓에 일거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쳐 집에 돌아오던 늦은밤,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근무시간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그렇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나는 손님이 없는 시간에 청소나 상품 진열, 정산을 주로 하고 틈틈이 수능 공부도 했다.

라면국물을 쏟고도 모른 척하고 가는 사람, 계산할 때 동전을 휙 던지는 사람,

버스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피해 잠시 들어 오는 사람, 컵라면 사주면 점(占)을 봐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은 인정 많은 손님도 만났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찾아온 젊은 남자분이 그랬다.

여느 때처럼 깍듯이 인사하고 손님이 물건을 고르는 사이 잠시 문제집을 보는데, 그분이 비타민 음료 두 병을 내밀었다.

“더 필요한 건 없으시고요? 두 병에 1,200원입니다.”

그분은 계산을 끝내고 음료 한 병만 들고 나가려 했다.

깜짝 놀란 나는 “손님, 한 병 안 가져가셨어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하기 힘들잖아요, 마시고 힘내요.”

그분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아직 세상이 메마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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