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생 음악 콩쿨'의 도내 대표선수단으로 선발되어
같이 연습을 하게 된 그 날부터 우리는 이미 라이벌이었다.
선생님들도 의식적으로 우리를 경쟁시키는 분위기였고,
같이 선발된 여러 학교의 다른 학생들도 우리 둘을 기점으로 양분되었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단순히 실력만 놓고 보자면 그 애는 분명히 나보다 나았다.
하지만 나는 나대로 음악을 통한 감성의 표현에 대해선
그 애보다 나았다고 자부했기에 우린 좋은 경쟁자가 될 수 있었다.
합숙을 시작한 이후부터 난 내 평소 연습량의 두 배가 넘게 연습을 하였고,
그 애도 지지 않겠다는 듯 자유시간마저 연습으로 채워나갔으니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그런 경쟁.
그러나 그런 우리 둘의 모습이 주변의 다른 학생들에게는
다르게 비쳤는지,
우리 둘을 중심으로 생성된 파벌의 알력은 날로 심해져서
결국 한 두번의 시비가 붙더니 급기야 어제는 나와 그 애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크게 싸움이 붙고 말았다. 결코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등 떠 밀려나간 둘 사이의 말다툼은 끝내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해버리며
마음의 앙금을 남기고야 말았다.
'감성이 살아있지 않은, 죽은 음악', '실력이 부족해 오버 연기로 메꾸려는 바둥거림'
다른 이가 듣기에는 우스운 말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서로의 가장 큰 약점을 찌른 셈이라 그 말이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오죽했으면 그 언제나 잘난 표정의 그 아이가 눈물까지 보였겠는가.
나 역시 그 말을 듣고 나서는 눈 앞이 캄캄해지는 그런 느낌이었고.
내가 아픈 만큼 그 애도 아픈 것을 알기에 난 화해를 결심했다.
그렇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아니, 기회는 있었지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가고 오후자유연습 시간이 끝나가도록 우린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콩쿨은 바로 내일. 이런 기분이라면 내일 콩쿨에서도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 같았다.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내 최고의 라이벌을 이렇게 잃고싶지 않았다.
초조한 기분이 감정을 가득 채우고 마음이 혼란스러워 연습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연습실에는 나와 그 애 뿐이었다.
이렇게 기회가 왔건만 이번에도 말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창 밖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 자신의 옹졸함과 용기없음을 비난하던
그 순간, 그 아이가 다가왔다.
"어제는 내가 말이 너무 심했지. 미안."
생긋 웃는 얼굴로 화해의 악수를 청해온 그 아이.
사과조차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너무도 멋있고 그 애다웠다.
난 뭐라 말을 하려했지만 목이 콱 매었고, 그런 그 애가 참으로 고마웠다.
"아니야."
목메임을, 먼저 사과하지 못한 나 자신의 옹졸함에 대한 비난으로 넘긴 난,
웃으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렇다.
울어서는 안 되었다. 우리는 이미 최고의 라이벌이자, 친구였으니까.
ps. 먼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내비취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