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들 보다보니 장성 가족 이야기가 나오길래 가족은 아니지만 저도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서...
어리부리 이등병 때 96년 강릉 무장공비 사건때문에 실탄 지급받고 출동하였음.
소대에서 400발 이상 소모한 실전 이후 담날 아침에 탄피 줏으로 다닌 이야기... 등등 많은 추억은 각설하고.
40일만에 부대복귀하고 1주일쯤 되었나 중대장이 소대 들어오더니 얘 연대장님이 찾으신다 함.
짬들 총 출동해서 급하게 일계복 다리고 머리깍이고 군화 불광내고... 대대 본부에 앉아있으니 찦차가 도착
탑승하고 연대본부가서 앉아있으니 또다른 찦차가 도착. 시키는대로 올라타니 사단본부에 도착하는 것임.
3일동안 기간병들 숙소에서 멍하니 앉아만 있었음. 밥먹으러 가면 따라가고, 불끄면 잠들고.
아무도 내가 여기 왜 와있는지 설명을 안해줬음.
3일째. 사단장실로 갔음. 그제서야 장교가 날보고 사단장 당번병으로 불려온거라고 설명해줌. 할 말 있냐고 묻길래
그땐 막 전장에서 돌아온 전우애에 충만할때라 소대원들에게 돌려보내달라고 했음. 사실.. 당번명이 뭔지도 잘 몰랐고..
이후에 땅을 치고 후회한거야 익히 짐작하실테고.
다시 3일쯤 대기하고 있으니 찦차 타라고 함. 그렇게 연대 대대 역순으로 거쳐서 자대에 복귀하였음.
대대장과 중대장이 왜 갔다온거냐고 묻는데 나도 아는 것이 없으니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밖에..
이 모든 일이 도대체 왜 어떻게 벌어진건지 알게 된 것은 100일 휴가를 나오고 나서임.
당시 군대를 간 장남의 부대가 출동을 한 것같은데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신문에서는 흉흉한 소식만 보이니 어머니는
놀래서 바로 면회를 오셨는데 부대는 텅 비어있고 아들의 행방이나 생사여부는 알길이 없으니 홍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어머니가 계속 엉엉 우셨다고 함. 집에 와서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당신은 뭐하는 거냐고 바가지를 엄청나게 긁었다고 동생이 증언함.
머쓱해진 아버지는 수소문 끝에 바로 뒷집에 별 셋이 산다는 것을 아시고는 양주 한병 들고 무작정 찾아갔다고 함.
가서 부탁한 것이라고는 아들이 잘 있는지만 알아봐달라고 했고, 그 별 셋은 아버지에게 아들 부대와 이름만
적어달라고 했고, 다음 날인가 아들은 작전중이고 무사히 잘 있다는 답변만 해 준 것이 전부임.
쓰리스타가 이런 이등병 잘 있나 알아봤을 뿐인데 그게 어떤 알고리즘이 작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의문의 이등병을 자대에서 빼내 개편한 당번병으로 차출시키려 한 것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