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들 즐거운 명절 보내고 계시는지요?
올해는 예년보다 차가 덜 막힌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그래도 고향이 멀어서 장거리 운전하시는 분들은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네요이렇게 명절 오래 보지 못한 친지들을 만나서 즐겁고 화목한 시간은 보내야 하는 게 맞는데 저희 집안의 올해 명절에 '화목'이란 단어는 물 건너 간 것 같습니다.가끔 PGR글을 보면서 이맘때쯤 가족이 모일 때 나이 어린 친척 동생이나 조카들에게 아끼시는 물건(?)을 스틸 당하거나 테러 당해 맘고생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제게도 오늘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요(저 같은 경우는 요즘 푹 빠져있는 플스4와 32인치 모니터에 해당되는군요)결과는 플스로 시작해서 어르신들 병원행까지 아주 스캐일이 큰(?) 명절이 되었습니다.제 큰아버지 댁에 늦둥이 사촌 남동생 녀석이 있습니다. 올해로 중3으로 올라가고요 애가 늦둥이라서 그런지 위에 두 형님 누나보다 아무래도 더 귀여움받고 자란 느낌이 있어요그래서 그런지 아주 버릇없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1년에 몇 번 보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러려니 하자' 라고 넘겨 왔었습니다만오늘 제 맨탈을 아주 안드로메다로 승천시켜 주더군요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작년까지 큰아버지 댁에서 제사를 지내다가 그동안 고생하신 큰어머니를 위해서 올해부터 저희 집에서 제사를 지내 기로 했습니다큰아버지 식구가 도착하고 서로서로 반갑게 인사 나누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이 녀석은 어른들에게 인사도 안 하고 제방으로 달려들어 가서 이것저것 살피다가 모니터 앞에 놓인 '플스4'를 보고 그대로 전원을 누르더니꼼짝도 안 하고 3시간가량 게임을 하더군요간간이 큰어머니께 '물 가져다줘' '귤 가져다줘' 라고 성질 부리는 게 (큰어머니께서 환갑이 다되셨습니다....)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고 제 동생 녀석은 '버릇을 고쳐줘야 된다고' 말하면서 달려가는 걸 제가 '1년에 한번 본다 얼굴 붉히는 일 만들지 말자' 라고 말렸습니다.그리고 저녁을 먹고 친척끼리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데 이 녀석이 방에서 나오더니 큰어머니께 달려가 뭐라고 큰 소리로 말하더군요 잠시 후에 큰어머니께서 곤란한 얼굴로 제게 오시더니'oo아 미안한대 니가 가지고 있는 ... 그 게임기 우리 xx 주면 안 되겠니?' 라고 곤란하게 말씀하시더군요제가 당황해서'네? 게임기를요?' 'xx이가 꼭 가지고 싶어하고 정말 미안한데 니가 직장인이고 형이니깐 xx이한태 양보 좀 해줬으면 해'그 말씀을 듣고 정말 너무 곤란하더군요어른 들깨서는 아무 말씀을 안 하시고 사촌 동생 녀석은 '플스내놔!!' 라는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고큰어머니 깨서는 본인도 제게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셔서 미안해하시면서 몸 둘 바를 모르시는 것 같고일단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 사촌 동생 녀석을 불렀습니다그리고 타일렀죠'형이 가지고 있는 게임기가 고가의 물건이라서 형이 선뜻 주기가 힘들어 그리고 형이 생각했을 때 xx이는 지금 게임을 하기보다는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 공부에 매진해야 될 시기인 것 같아'라는 내용으로 타일렀습니다.그랬더니 이 녀석이 자기 뜻 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화가 나는지'형 게임기 아까워? 형 직장인이잖아. 직장인이 게임기 하나에 벌벌 떨어? 중소기업 가면 다 그렇게 돼?'
큰아버지께서 소리 지르면서 '너 이 자식 형한태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라고 말했지만 이 녀석은 자기가 원하는 게 맘대로 안되자 할 말 안 할 말을 막 쏟아내더군요'아빠 조용히 해봐 아니 나이가 서른이 넘었으면서 겜기 가지고 노는 것도 쪽팔리는데 회사도 중소기업이야 속은 좁아터져서 겜기하나도 동생한테 양보 못 해 사림이 쥐뿔도 없으면 착하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형 같은 인간을 보면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니깐'여기까지 듣고 제 이성이 날아갔습니다근데 저보다 제 동생 주먹이 먼저 날아가더군요 큰어머니깨선 울면서 제 동생을 말리고 큰아버지랑 할머니는 더 두들겨 패버리라고 소리 지르시고 아버지는 동생 말리시고 난리도 아니였습니다.....할머니께서는 혈압이 높으시고 큰아버지는 허리가 안좋으십니다두분다 흥분하시면서 소리까지 지르시니 갑자기 몸이 안좋아져서 지금은 응급실에 계십니다.사촌 동생은 제 동생한테 신나게 얻어맞고 울면서 집으로 갔습니다가면서 성질난다고 제 플스를 32인치 모니터에 던지고 갔더군요 (아 ............)일단 제 선에서 해결이 안될 문제라 사촌 형님과 누나에게 전화를했습니다.사촌 누나는 시댁에 갔다가 오늘 새벽에 들어오시기로 했고 사촌 형님은 이를 갈면서 퇴근하자마자 오신다고 하더군요참 인상 깊은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원문 : http://pgr21.com/?b=8&n=56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