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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빠.

킥오프넘

11.03.15 23:37:53추천 2조회 2,818
안녕. 오빠.
어쩌면 우리가 헤어진게 나한텐 차라리 잘된 일지도 모르겠다.
올해에는 국가고시를 보고 난 국가고시에 꼭 합격해야하니까...

오빠 내가 무섭다고 그랬지?
맨날 전화해서 밥먹었냐고 물어보고, 어디냐고 물어보고, 농담삼아서 옆에 여자 누구냐고
묻는 것도 가끔 진심 같아서 오빠가 감시당하는 것 같다고 그랬잖아.
이건 정말 그냥 다른 연인들이 하는 그런 일상적인 일에 불과했는데,
그게 무섭다고 날 당황스럽게 만들었어.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어쩌면 내가 오빠 말처럼 무섭게 몰아세웠던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빠가 다른 여자를 만나지는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에.

그런데 오빠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면서 하나 둘 생각나더라..

오빠가 과거에 좋아했던 여자랑 연락을 나 몰래 계속했고,

오빠 클럽가는거 싫다고 했더니, 거짓말해가면서 다녔어.
그걸 내가 화내면서 하나하나 따지고 달려들면서 클럽 가지말라고 했더니
오빠는 나한테 이렇게 말했지.
좋아하는거 죄책감 느끼면서 하기 싫다고 나름데로 자기 스트레스 푸는 건데
왜 내가 너한테 거짓말까지 하고 눈치를 봐야 되냐고 싫다고 헤어지자고 했지.
결국 클럽가는거 뭐라고 안하는 대신 거짓말하지 말자고 하면서 좋게 끝났지.

나보다 2살이나 어린 여자애랑 헌팅해서 나 몰래 놀다가 연락처 교환했고
그 후에 몇 번 만났고, 그 사실을 내가 표면적인것만 알고 있었는데
오빠가 술취해서 내가 모르는 부분까지 이야기 했고,
나한테 개랑 자고 싶다고 했던 말에 나도 모르게 뺨때렸더니, 오빠가 오히려 화냈지.

또 다시 술자리에서 만난 여자랑 연락하는 걸 나한테 들켰는데,
내가 오빠 핸드폰 비밀번호 풀어서 봤다고 기분나빠하면서 헤어지자고 되려 나한테
너 이러는거 너무 싫다면서 또 다시 헤어지자고 했잖아. 결국 또 내가 사과했고,
다음날 술자리에서 만난 여자 만나러갔잖아. 내가 울면서 가지말라고 하니까
이제와서 약속을 어떻게 취소하냐고 만나러 갔지.
만나러가서 내가 했던 전화 문자 다 씹고..

또 오빠가 예전에 좋아했었던 여자랑 나한테 한마디도 안하고 새벽3시까지 술마셨고,
술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나한테 전화해서 보고싶다고 너무 보고싶다고
집으로 지금 오라고 했어.


자다가 가위눌려서 무서워서 전화했더니, 오빠 또 다른 여자랑 헌팅해서 술먹었고,
내가 그 사실에 화나서 집으로 가라고 했더니, 오빠 나한테 온갖 거짓말 하다가
내가 재촉했더니, 질린다면서 연락하지  라고 욕하면서 끊었던거..
그리고 그날 아침 8시까지 그 여자애들이랑 술먹고 술취해서 또 나한테 전화해서
보고싶다고 했던거.

그리고.. 몇일 전 토요일, 자취집이 아닌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 간다고..
내가 선물해 준 향수 깨졌다고 기분 안 좋아진 채 집에 갔다고 했던 그 토요일..
나는 학교에서 과제한다고 일요일 새벽 6시까지 한숨도 안자고
오빠네 집에서 자고 일어나서 청소하고 우리집에 기분 좋게 가려고 했던
일요일 새벽.. 주차장에 오빠 차 그대로 있고,, 현관 문 여니까 여자신발 있었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자고 있었어.

나한테 무섭다고, 감시한다고, 나는 너 자유롭게 풀어주는데
너는 왜 오빠를 잡아먹을 것 처럼 그러냐고..?
난.. 그랬던 오빠가 더 무섭다.

전화해서 이말 다 하기전에 오빠가 끊어버릴까봐서..
나보다 나이도 많은 오빠한테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무슨 잘못을 하면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미안해하는 척이라도
해야되는 거라고 나는 배웠는데.
오빠 단 한번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던 적 없었어. 있었을 수도 있겠다.
근데, 난 잘모르겠어. 오빠가 그런적이 있었는지.
언제나 항상 날 다그치기만 했어.

고마워. 나 오빠랑 정 반대되는 남자 만나면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날 것 같아.
그래도 오빠 만나면서 속상한 것보다 좋았던게 더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

이젠 우린 오유에서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고 각자 웃겠다.
예전엔 전화하면서 서로 한참 웃고, 만나서 또 보고 웃었는데.

그리고, 오빠도 다른 여자만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늙어가겠지만,
나 다음으로 만나는 사람한테는 그러지마.. 절대로..
나도 오빠한테 했던것처럼 절대로 안할게. 오빠가 싫어했던 것들 모두..
잘지내. 그리고 집 비밀 번호는 잘 바꿨지?
혹시나 내가 술취해서 전화해도 문자해도 찾아가도 만나주지마.
오빠 말처럼 우리는 서로 만나지 않는게 좋을테니까.

이 글 오빠가 꼭 봤으면 좋겠다.
사진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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