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풀고 나간 장발족의 하루
  
  
    조조
    06.12.26 21:10:12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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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것임을 미리 밝힘...) 
am 6:00 
젠장...오늘도 뜨는 해를 보고야 말았다..
이놈의 pc통신을 집어치우지 않는다면...내가 성을간다... 
am 6:05 
그냥...성을 갈기로 했다... 
am 6:30 
머리를 감았다...샴푸..린스에...트리트먼트에...
마지막엔 글레이지까지...머리와의 전쟁은 너무나 많은 것을 나에게 바치라 한다.. 
근데 내 머리결은 왜 이 모양일까...살기가 시러진다.. 
am 7:00 
거울을 본다...흥...오늘은 오랜만에 머리를 감았으니 그냥 푸르고 나가자!
라고 맘먹는다... 강산에가 따로 없구먼... 움화화화화.. 혼자 좋아한다..
하지만..여전히 머리결은 날 가슴아프게 한다.. 
am 7:30 
식사하다가 아침부터 엄마의 구박을 받는다. 머리 안 묶으면 머리통을 짤라버리겠단다..
무서운 울엄마.. 그래서 잽싸게 가방챙기고 나르듯이 뛰어나간다. 
긴머리를 휘날리며... 헉..나오다가 문에 머리카락이 끼었다.. 
넘어질뻔했다. 
am 8:00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쳐다본다. 나도 같이 째려본다.. 
사람들 얼굴을 돌린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귀기가 흐른다.. 
내가봐다 무섭다.. 흐... 
am 10:00 
졸다가 또 역을 지나쳤다. 되돌아온 지하철에서 또 졸았다.. 
본전 뽑았다는 생각에 울지 않을 수 있었다.. 
am 10:10
강의실 문을 살짝 열고... 살금살금 들어간다.. 
강의실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어떤놈이 외쳤다.. "예수다!" 
젊은 강사도 외친다.. "지각한 여학생! 프린트물 가져와~" 그냥 참았다.. 
pm 12:00 
점심 먹으러 갔다.. 오늘도 어김없이 주인아저씨가 농담을 건다...
"어이 ~ 말꼬리.. 오늘은 말갈기가 됐네.~" 
난 웃지 않았다... 묵묵히 단무지를 억지로 많이 먹었다... 
가게 망하길 빌면서... 
pm 2:00 
수업을 듣는다... 아니.. 듣는걸 빙자해서 잔다.... 
딴 과 여학생들의 수다소리가 잠결에 들린다... 
"어머 쟤 나보다 머리가 더 기네.. 좀봐봐 얘~" 
"아냐~ 남자야~" 
지들끼리 싸우게 냅두고.. 난 계속잔다.. 
pm 3:00 
자판기에서 커피먹다가 흘렸다...머리가 옷을 보호해줬다... 
가끔은 좋은점도 있구만..하고 생각했다... 
pm 4:00 
화장실에 갔다가 거울앞에 서있었다.. 
들어오던 놈들이 놀래서 나갔다가... 남자 화장실임을 확인하고 다시 들어온다.. 
딴 놈들도 계속 그런다...신경안쓰고 계속 머리를 빗는다...
로렐라이를 흥얼거렸다.. 남자들을 현혹시키는..
나는야 로렐라이의 인어왕자~ 
pm 5:00 
저녁수업 때까지 자는놈은 나밖에 없을거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잔다.. 
pm 6:00 
도서관에 갔다...잘자고 왔다...머릿결을 베고잤기에 좀 폭신했음..
하는 생각을 했다.. 
pm 7:00 
친구들이랑 술을 마셨다...내가 머리 푸르고 왔다는 소문이 종로까지 퍼졌나부다... 
멀리서도 애들이 날 찾아왔다.. 애들을 위해 머리로 하는 쇼를 보여줬다... 
술값은 애들이 냈다... 
pm 8:00 
당구를 친다... 중요한 시점마다 머리카락이 눈을 가렸다.. 
왕창 물렸다. 큐대를 분질러 버리려다가.. 아저씨한테 맞을까봐 
그냥 나온다... 
pm 10:00 
그냥 집에 가려다가.. 몬가 허전하다.. 
메탈클럽에 가서.. 열시미 헤드뱅잉을 했다. 
옆에서 돌리던 머리짧은 애들이.. 그냥 술만 마신다.. 
내머리 당할놈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뿌듯한 미소를 애들에게 보내주었다.. 
pm 11:00 
집에가는 전철안에서 한 꼬마를 만났다. 
이 시간까지 안자고 웬일이람..계속 뛰어다니고 있다. 
조자식 부모는 누굴까 염려됐다.. 
pm 11:10
드디어 그 꼬마가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웬지 안좋은 예감이 든다.. 
제발 그냥 가주렴.. 맘속으로 기도한다... 
pm 11:20
그 꼬마가 나한테 왔다. 큰 소리로 외친다. 
"야! 너 남자야. 여자야!" 짜식이 반말을 한다... 돌아버리겠다.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다... 꾹 참고 최대한 다정하게 얘기한다.. 
"나.. 남자란다 얘야...(제발 저리가~)" 
pm 11:20:10 
꼬마가 놀랬나 보다... 그리고 큰소리로 절규한다.. 
"조옹말? 그럼 고추봐봐!" 
사람들이 뒤집어 진다... 옆칸에서 무슨일인가 구경온다. 
내 생전에 이런 쪽팔림은 여지껏 없었다.. 
나중에 장가가서 저런놈 낳으면 해외입양 시키겠다고 굳게 맘 먹는다... 
pm 11:20:30 
20초 정도 버티다가.. 도저히 쪽팔려서 못견디겠다.. 
그냥 내렸다.. 나머진 버스타고 가기로 했다.. 
전철문 앞에서 내가 원래 내릴곳인양.. 진지한 표정을 지었지만.. 
사람들이 안쓰럽게 쳐다봄을 느낀다. 
pm 11:30 
버스를 탔다. 차안에서 내 앞에 서있던 여자가 뒤돌아 본다.. 
그리곤 비명을 지른다.. 나도 놀랬다.. 
나보고 놀란건지 첨엔 몰랐다.. 
am 12:00 
담배를 피면서 집을 향해 걷는다.. 
뒤에 술취한 아저씨 둘이 따라오고 있다.. 또 예감이 안좋다.. 
am 12:01 
한 아저씨가 외친다.. 
"야~ 요즘세상 많이 좋아졌구만.. 지집x이 길거리에서 담배도 피구.." 
또 한 아저씨가 거든다... "저런x은 좀 맞아야 돼" 
아... 당황스럽다.. 
am 12:01:30 
정말 나에게로 다가온다.. 씩씩거리며..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잔머릴 굴린다.. 
am 12:02 
남자란걸 확인시켜 주기위해 담벼락에다 볼일보는 시늉을 한다.. 
역시 내 잔머린 캡이다.. 라고 생각했다.. 
am 12:02:30 
그 아저씨들이 놀랜다.. 역시...흐흐흐 
그러나 더욱 분노하는 외침이 들린다.. 
"헉.. 저x이 이젠 서서???" 뒷말을 차마 못잇는다..잉? 
am 12:10 
아자씨들이랑 결국 한판 붙었다. 내가 이겼다.. 
머리채 휘돌리기로 상대했다.. 꼼짝못한다. 
캬캬캬~~ 그 아저씨들은 아직도 여자한테 맞은줄 알고 있을거다... 
집에 돌아왔다.. 
에구구... 피곤하다 
am 12:30 
pc통신에 들어왔다.. 
우리 머리 긴 남자 클럽애들이 날 부른다.. 
역시 우리는 뭉쳐야함을 오늘도 깨닫는다.. 
긴머리 클럽만세~~~